하동관과 우래옥은 모두가 알고 있는 서울의 맛집입니다. 이 두 집의 맛은 독특합니다. 그리고 맛이 변하기는 하나 눈치채지 못하게 살짝살짝 변합니다. 옛날부터 유명했으니 이 집에서 매일 죽어나간 소가 몇 마리였을 것 같은데, 막상 그 소에 대해 궁금해 하지는 못 하는 것 같습니다.
팔판 정육점
하동관 우래옥의 소
아마도 재료보다는 그 식당의 요리솜씨를 더 쳐줘서 그런 것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장사를 좀 한다는 분들은 식재료가 8할이라는 표현을 합니다. 요리는 그저 거둘 뿐이라는 말로 겸손하게 표현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저 성공한 분들의 겸손함인 줄 알았습니다.
소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던 것은 허영만의 '식객' 이었습니다. 정육점에 가서 약간의 돈을 얹어주면 잘 골라주는 소고기에 뭔 유난을 저렇게 떠나 싶었었습니다. 만화려니 그러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존재했던 집의 이야기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식객의 첫 집은 을지로의 '하동관'입니다. (식객 1화는 쌀, 2화는 굴비, 3화는 전어입니다. 식당이 처음 소개된 곳은 하동관입니다.) 첫 집이었기에 평은 박했습니다. 누린 맛에 대한 이야기가가감 없이 나오고, 곧 잊힐 노인들의 맛집처럼 소개되었습니다.
책에서는 누린 맛을 없애는 방법 마늘과 생강을 넣으면 없어진다는 것을 알지만 손님들이 그 누린 맛을 원하기에 없애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맛을 내려면 보통의 소고기로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소가 먹는 사료가 이전과 달라졌고 소의 노동량도 달라져 소고기의 기름 맛도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소의 누린 맛
제가 아주 어릴 때는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쌀 때 였습니다. 소고기의 맛을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냉면이나 만둣국에는 소고기 대신에 닭고기를 썼었고 명절 때나 소고기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소고기를 쓸 때는 소고기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김치나 된장 같은 향이 강한 식재료는 쓰지 않았습니다. 소고기에 무 한 덩이 넣고 푹 삶은 게 최고급으로 쳤었습니다.
지금에도 생생한 그 소고기 무국은 노린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고기가 귀했던 때여서인지 어린아이에게 역했던 냄새를 어른 들은 귀한 냄새로 여겼습니다. 딱 종이 한 장의 차이인 것 같은데 홍어의 호와 불호와 같은 그런 맛이라 생각합니다.
을지로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해장에 좋다면 선배들이 데리고 간 맛집이 하동관입니다. 처음에는 그 누린 맛이 역해서 김치 국물을 가득 담아 먹었습니다. 그런데도 올라오는 누린 맛. 가만 생각해 보니 어릴 때 먹던 그 소고깃국의 맛이었습니다. 그때도 김치국물과 함께 먹었던 기억이 그제야 떠올랐습니다.
우래옥의 냉면
을지로 우래옥의 냉면은 지금은 없어진 대치동 우래옥과는 살짝 다른 맛입니다. 강남점과 달리 슴슴하지만 말끔한 맛이 없는, 마치 쇠고기 다시다 맛이 느껴지는 맛입니다. 그래도 소고기의 깊은 풍미가 진해 기억에 계속 남습니다.
집에서 그런 맛을 내 보겠다고 좋은 소고기를 사와 끓여 보지만 그 맛이 일도 안 납니다. 좋은 고기가 아닌가 싶어 한우를 쓰고 좋다는 부위를 다 써보는데 그 맛을 내기에는 역 부족입니다. 비슷하다면 동네 곰탕집에서 받은 국물에 소고기를 더 넣으면 비슷한 맛이 느껴지긴 합니다.
오랫동안 큰 냄비에 삶아야 그런 맛이 날까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박찬일 쉐프의 글을 보니 한 정육점의 소고기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보니 그냥 보통소가 아니었습니다.
정성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식재료라는 것을 알게된 순간이었습니다. 조리된 음식에서 식재료를 느낄 수 있는 미각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주식재료의 질이 부족하면 양념으로 커버하고, 그 식재료마저 부족하면 정성이 깃들여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순서가 뒤 바뀌면 엄마에게는 미안하지만 라면이 최고라는 망언을 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팔판정육점
팔판동은 삼청동 인근의 동네 이름입니다. 왕이 살던 곳 근처의 정육간이 '팔판 정육점'입니다. 여담으로 창업자 분은 자식을 잘 키우셔서 손자는 MBA 과정까지 마쳤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정육점을 이어받아 지금도 운영 중입니다. 10여 년 전 모 대기업에서 80억에 팔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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